간접광고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시너지를 위해 전체 캠페인 관점에서 고민

‘간접광고’란 광고는 아니지만 광고효과를 일으키는 유사 광고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피피엘(PPL: product placement)로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이나 로고를 삽입하는 것입니다. 등장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의복 등은 물론 출연자가 다니는 회사, 놀러가는 리조트와 영화관, 출연자가 선물하는 물건, 그들이 이용하는 자판기 등 그 범위는 거의 무한합니다. 간혹 상품의 ‘배치’를 넘어 극 내용에 협찬 상품의 기능과 우수성을 강조하는 에피소드를 극화하는 사례도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정부정책의 홍보 수단으로 드라마 안에서 짧은 극화를 삽입하기도 합니다.

▶ 드라마 ‘모범택시2’의 PPL 장면 (출처: SBS)

간접 광고가 각광을 받는 것은 전통매체 광고의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 광고의 설득력에 기업이 주목하고 있으며 방송사 측에서도 제작비 마련을 위한 좋은 수단으로 인식하여 그 기법을 더욱 세련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 방송에 간접 광고가 폭넓게 유입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는 간접 광고가 궁극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변질시키는 한편 소비자 자신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설득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한편 상품 구매를 권유하는 것이 아닌 우회적인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기대하는 광고도 간접 광고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관습적인 광고 형식을 탈피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내용은 공익적 가치를 고무하거나 더 나은 생활양식을 위한 바람직한 제안을 다룹니다. 미디어의 연재 기사처럼 시리즈로 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 방송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가 된 사건인 언론통폐합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이전인 1960~70년대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간접광고라는 개념 자체가 서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라디오 방송처럼 프로그램명에 기업체나 브랜드명을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광고가 방송에 직접 파고들 수 있었고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자유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광고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되어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 및 특집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프로그램들의 중간광고가 폐지되고 프로그램 광고를 10%에서 8%로 줄이는 등 광고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프로그램명에 브랜드명이나 기업명을 넣는 관행이 사라졌고, 언론통폐합이 실시된 1980년대에 방송의 공익성,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프로그램에서 상업성을 최대한 감추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 시기에 간접광고라 칭할 수 있는 틀이 비로소 생겨나게 됩니다. 드라마나 쇼, 교양 프로그램 등 전방위에 걸쳐 방송 내용 중 제품 현물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엔딩 크레딧에 사명을 넣거나, 출연자 개인별 협찬을 하거나, 진행자로 하여금 ‘참여해 주신 분들께 어느 업체에서 무슨 상품을 드립니다’라는 멘트를 말하게 하는 등의 형식을 서서히 갖춰갑니다.
1990년대 초반에 들어서 좀더 과감한 스케일의 간접광고들이 시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3년에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파일럿의 경우 드라마 제작 지원을 한 대한항공의 명칭과 로고를 극중에서 고스란히 사용했으며, 대한항공에서 소유하고 있는 산하 교육 기관인 한국항공대학교도 초반에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1990년대 중반쯤부터 방송에서의 간접광고 규제가 점차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간접광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협찬’이란 제도의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간접광고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주 제작사의 제작 환경을 개선해 주고자 외주 제작사가 제작한 드라마 등 일부 방송물에 대해 협찬 제도를 실시하였습니다. 협찬이란 제작에 필요한 물품이나 장소, 제작비 등을 지원해 주고 이를 프로그램 말미에 협찬주 목록을 보여주는 ‘협찬고지’만 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자막 한 번 나가고 돈 대줄 기업이 어디 있나. 상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간접광고에 해당이 되니 상표 일부를 가리거나 상표의 이름 한두 자 정도를 바꾸어 노출하는 방법으로 실현되었습니다. 규제 당국에서도 대사를 통해 제품의 장점을 과도하게 설명하거나 노출이 잦은 경우가 아니면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묵인해 왔습니다.

요컨대,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간접광고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2010년에 시행된 방송법은 간접광고를 허가하였다는 개념보다는 음성화된 간접광고 시장을 양성화해서 무분별한 상품 노출을 막고 방송사에게 간접광고를 정식으로 수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현재는 브랜드나 상품의 자연스러운 화면 노출이 나오면 간접광고, 그렇지 않고 프로그램 끝에 협찬 목록으로만 나타나면 협찬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참고로 간접광고와 협찬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간접광고 역시 광고이므로 반드시 방송사는 미디어랩을 통해서만 간접광고를 수주할 수 있으나, 협찬은 그런 거 없이 협찬주와 방송사 간에 알아서 협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의  PPL 장면 (출처: SBS)


▶ 드라마 ‘나쁜 엄마’의  엔딩 협찬 장면 (출처: JTBC)

국내 TV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간접광고’가 방송된 프로그램은 2010년 5월 2일에 방송된 SBS 인기가요로, 뮤티즌송 발표 화면 하단에 포털 사이트 네이트의 광고가 들어갔습니다.
일례로,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방영된 SBS의 드라마 호박꽃 순정의 경우, 외식 관련 기업인 아워홈의 로고는 물론, 손수 브랜드, 계열의 실크스파이스(Silkspice) 레스토랑이 모두 그대로 나오고 재규어 자동차도 로고를 음영 처리하지 않은 채 등장하고 있습니다.
방송국 PD들도 적극적으로 PPL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광고 시간대의 광고의 경우 방송사를 통해 분배되기 때문에 광고가 많이 붙는 것이 제작비로 직결되지 않는 반면, PPL에 대한 광고비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비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광고가 많이 붙지 않는 영세한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비 충당을 위해서라도 반강제로 PPL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PPL에 대한 뒷돈 이야기도 있었으나 PPL이 법적으로 공식화된 이후에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참고로 최근에는 협찬과 간접광고를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프로그램 도중 상표 노출(간접광고)+프로그램 끝날 때 협찬 고지(협찬)와 같이 혼합해서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편 기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PPL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기업의 영향력 및 브랜드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그리고 정부 부처에서 예산을 지원하며 일종의 공익광고 PPL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접광고가 영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도 있습니다. 협찬 차량이 희대의 사이코패스 악역의 차량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되려 나빠져 후속작인 공공의 적2에서는 협찬을 끊었다고 합니다.

간접광고도 한 프로그램에 한 제품이나 브랜드 만이 아닌 여러 브랜드가 붙기도 하는데, 보통 메인과 서브로 구분됩니다. 메인으로 간접광고를 하게 되면 폭넓게 자사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드라마 장면을 편집하여 CF를 제작하는 브랜드는 그 드라마의 메인 PPL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서브일 경우에는 자사 제품이 클로즈업된 부분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출연자가 노출되는 장면은 활용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습니다.

간접광고는 콘텐츠(방송 프로그램)가 이미 갖고 있는 영향력을 일반광고 대비 낮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시너지 제고용 툴로 다수 활용됩니다. 그러나 간접광고는 일반광고와 같은 단독 콘텐츠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원하는 모든 내용을 담을 수도, 다이렉트하게 담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전체 업무 관점에서 PPL에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어떤 형식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전략적으로 고민해보고 좀 더 짜임새 있게 활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예작기획 미디어Biz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