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란의 컬러인문학
우리 눈을 속이는 색
▶ Marcie Cooperman, <색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출처: 교보문고)
색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Marcie Cooperman 지음, 박영경, 최원정 옮김, 2015. 9)의 본문 중에서 색채의 특성에 대해 아주 명확하고 유쾌하게 정리해 놓은 것을 옮겨 놓으면 다음과 같다. “색채는 파악하기 힘든 특성으로 항상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의 눈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럴 수 없다. 특정한 색채에 대한 지각은 그것의 주변에 달려 있다. 색채의 특징은 인접한 색채와 관련되는데, 놀랍게도 2개의 다른 색채는 각각 다른 배경에 놓여 있을 때 같아 보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흐릿한 색채를 강도가 약한 배경에 놓으면 훨씬 포화되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온통 색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내 눈이 지각하고 있는 수백만가지 컬러는 때로는 흐릿하게도 때로는 강하게도 때로는 힘있게도 여러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러나, 다르게 보임에 있어 내 눈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간혹 놓칠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믿고 있는 모습이 때론 내 눈이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겸언쩍은 미소가 드리워지나, 환경속에 존재하는 색의 가치에 대해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소개한 책의 본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쩌면 색은 우리를 속일 준비를 항상 하고 있는지 모른다. 좋아보이도록 혹은 다르게 보이도록 말이다. 돋보일 수 있도록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가 하면, 묻혀있도록 숨기는 위장술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돌출되어 보이게도 혹은 뒤로 숨겨져 보이게도, 때론 확장되어 보일때도 혹은 축소되어 보일때도, 이 모든 것들이 색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것임을….
그래서, 간혹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의아함마저 생기게 되는 색채가 서로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이며, 또한 이들에게 균형이란 무엇인가이다. 첫 번째 서로간에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가장 흔하게 알수 있는 것을 예로 들면, 간혹 창가에 걸린 커튼의 색이 다르게 보이거나, 인접해 있는 벽의 색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더 쉬운 예로 일반 주택에서 담벼락의 마감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벽돌, 이 벽돌의 줄무늬 색에 따라 전체 벽체의 색이 달라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줄눈의 색을 하양으로 하면 벽돌이 더 밝고 붉게 보인다. 또한 이 벽돌의 줄눈 색을 검정으로 하면 다르게 보이는데, 더 어둡고 칙칙한 붉은색으로 보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칠해져 있는 경우는 익숙해져 있어서 잘 모를수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실험할 수 있는 것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같은 벽돌색에 줄눈색을 달리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집 담벼락 색을 밝게 하고 싶은지, 어둡게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결정은 줄눈에 의해 크게 변화될 수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이뿐만 아니다. 색에 의한 변화는 단지 줄눈에 영향을 받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웃하여 있는 색 혹은 배경의 색으로 인해 원래의 색이 전혀 다른 색의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인접색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예를 들어 주황색 배경에 노랑과 연두색 배경에 노랑은 다르게 보인다. 이를테면 주황색 배경의 노랑은 연두색이 약간 가미되어 보이고, 연두색 배경의 노랑은 붉은기가 가미되어 보이게 된다. 색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바로 이웃한 색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오직 색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명도(value :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는 또 어떠한가? 밝기 또한 배경에 영향을 참으로 많이 받게 되는데, 흰색 배경에 회색과 검정 배경에 회색은 동일한 회색이라 하더라도 그 밝기의 차이가 1.5~2단계 정도 차이가 나니 색이 주는 속임 효과는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강도는 또 어떠한가? 다른 변화에 비해 더욱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이 강도(채도, chroma : 색의 맑고 탁한 정도)에 의한 변화이다. 적절한 조합으로 구성하여 강도의 차이로 인해 세련됨의 미묘한 차이를 구성할 수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인 효과가 아닌가? 회색의 양을 조금 섞어 강도를 낮게 보였던 색을 바꿔 회색 옆에 얹어 놓으면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아지는 은은한 효과를 연출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색을 보는 우리 눈에 달려 있음이다. 독일의 생리학자이며, 심리학자인 헤링(Hering, Karl Ewald Konstantin, 1834~1918)은 1872년 색채지각에 대한 4원색 이론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3종류의 광화학 물질(빨강-초록, 파랑-노랑, 검정-하양)의 쌍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망막에 빛이 들어올 때, 즉 어떤 색채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망막상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그 반응 비율에 따라 색을 지각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색각세포는 3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러한 세포들이 서로 반대색의 쌍을 이루어 합성작용에 의한 색채지각을 하기 때문에 앞에서 색이 우리 눈을 속이는 현상 즉 대비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감성미학발전소 | 김향란 대표
–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 고문
– 중구청, 광진구청, 강릉구청 도시디자인위원
– 컬러리스트 NCS 심의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공인 산업디자이너
– 홍익대학교 미술학박사(색채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