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 세기의 기증 최초 공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 이중섭, <황소>(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36.7cm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 전시회 개요 ]
– 기간: 2021.07.21-2022.03.13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1전시실)
– 작가: 김환기, 남관, 문신, 박수근, 이성자, 이응노, 이중섭, 천경자 등 34명
– 작품수: 50여점
– 관람료: 무료
–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중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대표작 58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거장 34명의 주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전시실에서는 국민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로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개최 직후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시를 소개합니다.
# 베일 벗은 이건희컬렉션, 어떤 모습일까?
소장하던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로,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 뜻을 기리고자 마련됐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기증한 컬렉션은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규모에서도 미술관 역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후 국내외의 우수한 작품을 꾸준히 수집하면서 정해진 예산의 한계를 기증으로 보완해 왔는데, 이번 ‘이건희컬렉션’ 1,488점 기증으로 인해 소장품 ‘일만 점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근∙현대사를 아우르며 20세기 초 희귀하고 주요한 국내작품에서부터 해외 작품까지 포함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시킨 것입니다.
기증 이후 첫 번째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우선 한국의 대표작가 34인의 주요 작품 58점을먼저 선보이고 있습니다.
‘수용과 변화’ 섹션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이 새로운 문물을수용하며 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봅니다. 이 시기에는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했고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조선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하게됩니다.
‘개성의 발현’에서는 해방을 맞았으나 곧바로 전쟁을 겪게 되는 시기를 다룹니다.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가들은 붓을 놓지 않고 다방 한 켠에 전시를 하면서, 새로운 미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건희컬렉션은 특히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정착과 모색’에서는 한국전쟁의 피폐함 속에서도 유학을 가거나 지치지 않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새로운 미술을 모색하며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정착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룹니다.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와 그 궤를 함께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한국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미리 감상해 보겠습니다.
# 한자리에 모인 한국 미술계의 걸작들
▶ 이중섭, <공기놀이>(1938)
캔버스에 유채, 65×80.5cm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공기놀이>는 장욱진이 양정고보에 재학하던 중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2회《전국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사장장(최고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를 계기로 집안에서화가의 꿈을 인정받게 됩니다. 장욱진의 초기 대표작인 이 작품은 그의 서울 내수동 집을 배경으로 가족의 시중을 들던 여인들이 노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비록 얼굴 등 세밀한 묘사는 생략하고 있지만 아이를 업은 소녀를 포함하여 인물의 자세와 동세가 매우 정확히 표현되었고, 구도 또한 잘 짜여져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전체 화면을 치밀하게 가득 채우는 구성 방법은 장욱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화가 박상옥(1915~1968)이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다가 박상옥 사후 유족이 발견하고 장욱진의 확인을 받아 서명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된 듯합니다.
▶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여인들과 항아리>는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하여 제작한 작품입니다. 파스텔톤의 색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 또는 정측면으로 배열되어 고답적인 장식성을 띕니다. 단순화된 나무,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사슴, 쪼그리고 앉은 노점상과 꽃장수의 수레, 새장 등은 모두 1948년제1회 《신사실파》 시기부터 50년대까지 김환기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들입니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의 현실을 은유했던 노점상이나 인물들이 판자집, 천막촌 대신 조선 궁궐 건축물과 함께 배열되었으며, 물을 긷고 고기를 잡아오는 노동 현장의 여성들은 고운 천의 옷을 걸친 여성들로 변모하여 전체적으로 장식적인 풍요의 이미지를 자아냅니다. 비대칭의 자연스러운 선과 투박한 색면 처리는 조선 백자의 형식미를 흠모했던 이 시기 김환기 작품의 조형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미술 시장에 나와 이후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된 듯합니다.
▶ 이중섭, <황소>(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36.7cm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황소>의 소는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한국의 상징물로 이 가운데 황소는 이중섭이 가장 애호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는데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더 적극적으로 다루게 되었고, 특히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 강렬한 붉은 황소를 본격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중섭은 1953~54년 통영과 진주에서 다수의 <황소> 및 <흰 소> 연작을 그렸는데 이 시기는 당시 일본에 있던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미루어 볼 때, 대단한 의욕과 자신감에 차서 맹렬하게 작품 제작에 몰두할 때입니다. 그의 소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기도 해서, 화가가 처해 있던 상황이나 그 심리 상태가 매우진솔하게 표현되곤 합니다. 이 작품의 경우,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담았습니다. 힘차면서도 어딘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이중섭 황소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은 총 4점인데, 그중 이 작품은 1976년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발간된 금성출판사 이중섭 화집에 수록된 바 있으나,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이건희컬렉션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습니다.
▶ 박수근, <유동>(1954)
캔버스에 유채, 96.6×130.5cm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은 자신이 거주했던 동네의 풍경, 길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시장을 오가는 여인들의 모습,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 시장과 노점 풍경 등 한국전쟁 후 서울에 자리잡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를 업고 있는 소녀, 쪼그리고 앉아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유동>에서 배경은 농가로 바뀌었고, 대개의 작품에서 인물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집들은 소략하게 표현되는 데 반하여 아이들을 둘러싼 집의 모습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림 전체에 풍기는 온화한 색조,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감, 그리고 아이들 간에 오가는 시선 등에서 대상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애정이 감지되는 작품입니다.
이밖에도 전시실에서는 천경자, 이성자, 남관, 문신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편, 미술애호가이자 국립현대미술관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배우 유해진이 이번 전시 오디오가이드 재능 기부에 참여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친근한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하는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합니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시작으로 ‘이건희컬렉션’을 끝까지 주목하고 향유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