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기 효자였지만 저유가에 수조원 적자 부메랑
해양설비 수발주↑…”학습효과 충분, 무리한 수주 없다”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울고 웃게 했던 해양플랜트가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출처: 대우조선해양
저유가에 위축됐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최근 꿈틀거리고 있고 조선업계에서도 잇달아 대형 해양 프로젝트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업체인 사이펨과 브라질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를 수주했습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2조6000억원이며 이 중 대우조선해양의 계약금액은 약 1조948억원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약 20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선체를 수주한 바 있으나 조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지난 2014년 약 3조원 규모의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7년 만입니다.
한국조선해양도 올해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쉐 가스승압플랫폼 1기 ·8500억원 규모의 브라질 부지오스 FPSO 1기 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양플랜트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추가 수주도 기대됩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데다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양플랜트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0~60달러선으로 알려져 있어 그동안 저유가로 발주를 미뤄왔던 프로젝트들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는 수주 목표 달성 및 일감 확보에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조선업계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해 일각에서는 경계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리먼사태 이후 불황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사들이 선박 발주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기간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고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쏟아졌습니다.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에 도전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보다 더 많이 수주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데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를 무분별 수주하면서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잦은 설계 변경과 감당할 수 없는 공사로 인한 일정 지연 ·공사 차질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국제유가가 2014년 대폭 하락하면서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유가가 폭락하자 석유회사들이 파산을 하거나 발주한 해양플랜트의 인도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이어졌습니다.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큰 파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최근 해양플랜트 수주로 지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만 조선업계에서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한 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에도 다각적으로 리스크를 검토하고 수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해양프로젝트가 발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고유가 시기 때처럼 발주량이 엄청 많은 상황도 아니고 현재 선박 발주도 많아 도크도 차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선사 입장에서도 무리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다”며 “수익성을 면밀히 따져 선별 수주하는 방침에 변함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양플랜트, 한때는 ‘백조’였지만 현재는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
2년 만에 수주 시작 해양플랜트…“최악은 지나, 큰 기대는 아직” “신중, 또 신중”
▶ 출처: 대우조선해양
‘골칫덩어리가 효자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부활’
최근 해양플랜트 앞에 붙는 수식어입니다. 2년 만에 들려오는 수주 소식에 들뜬 분위기입니다. 막상 조선소 분위기는 딴판입니다. “그간 지연·중단됐던 해양개발 프로젝트 물량이 이제야 나오는 수준이다”며 “들뜨기는 이르다”고 잘라 말합니다. 최악의 시기가 지났을 뿐, 2010년대 초반 해양플랜트 물량이 쏟아졌던 시기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조선 ·해양업계 관계자는 “요즘 발주되는 생산설비는 이미 시추가 끝난 현장에서 계획대로 자원을 뽑아내는 역할을 할 뿐이다”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발주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석유, 천연가스 수요가 창창하다면 시추설비를 발주해 신규 유전을 찾아다니겠지만 지금은 이미 발견한 유전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최악의 시기를 벗어난 데 안도합니다. 다만 큰 기대를 걸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입니다. 올 초만 해도 조선업계는 해양 부문에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저유가 상황이 지속된다고 전망해서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7월엔 별도로 운영하던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통합해 조선해양사업부로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해양부문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발주가 예정된 해양플랜트 수주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따낸 페트로브라스는 FPSO 1기를 추가 발주했는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입찰 자격을 얻고 수주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현재 페트로브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심해 유전인 브라질 부지오스 필드에서 4기의 FPSO를 운영 중입니다. 추정 매장량은 30억 배럴입니다. 2030년까지 8기를 추가 투입해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 웨스트 아파로(BSWA)의 FPSO 프로젝트 수주를 노립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타면며 FPSO와 같은 생산설비 중심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도 올해 들어 모처럼 만의 수주 소식을 알리는 가운데 향후 추가 발주 또한 계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한민국의 조선해양산업을 응원합니다.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