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변화 촉구: ESG 경영을 중심으로

– 어려울 것이다. 1)

탄소 중립, 그린뉴딜 등 정책적인 현안부터 가치소비, 필환경과 같은 소비 트렌드까지, ‘친환경’은 요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이상기후 변화의 속도와 파급력이 직접적으로 와 닿기 시작하고 플라스틱 대란, 해양쓰레기 등이 연일 기사화되면서, 인류는 지구에 미쳐온 악영향을 인지하고 지구의 존속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기후 변화가 불러올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며, 아직 인류는 이처럼 큰 규모의 일을 해본 적도 해낸 적도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모든 활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이고, 지속된 기후변화는 재앙이 되고 말 것입니다.

누구나 가장 먼저 행할 수 있는 일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실천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과 직결되는 소비 패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가치소비’와 환경적 가치를 필수로 생각하는 ‘필환경’ 트렌드가 최근 몇 해간 이어지고 있고,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 운동인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윤리적인 식습관과 소비를 지향하는 ‘비거니즘(채식주의)’,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등 윤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는 기업에게 친환경 제품이나 포장을 직접 요구하기도 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각종 업계와 기업들 또한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 제로웨이스트 ‘지구샵’ 메인 화면


image02_배달의민족 화면 캡쳐

 ▶ ‘채식’ 카테고리가 생긴 배달의 민족


image03_이마트 채식주의존(사진=비즈한국)

  ▶ 이마트의 채식주의존

거시적 관점에서의 접근

그러나 분명히 인지해야 할 점은 소비자 개개인이 생활습관과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와 소비에서 나아가, 제조, 생산, 유통, 마케팅, 그리고 소비 이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순환되어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순환경제 사이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가차원에서 모든 산업을 아울러 경제 구조와 사회 구조가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기조를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탄소중립∙그린뉴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 리스크”, 그리고 ESG 경영의 대두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Agreement)과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후, 최근 미국의 조 바이든(Joe Biden)이 대통령이 취임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범 지구적인 움직임은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EU는 물론 한국과 일본 정부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도 2060년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120여 개국에서 탄소 중립 목표는 대세가 되며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굴리는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 연례 서한에서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 리스크”라며, “앞으로 기후위기를 고려한 투자와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투자전략 결정에 기후변화 관련 위험과 대응을 주요 지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올해 2021년 연례 서한에서는 투자 기업들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의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해 달라”는 공식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운용하는 자산이 이제 8조 7,000억 달러(약 9,707조 4,600억 원)에 이르는 블랙록의 메시지는 앞으로 기업과 투자사들이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 블랙록 대표 래리 핑크(Larry Fink)

요즘 화두에 오르고 있는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ment)의 앞 글자를 딴 말로,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인 방식뿐 아니라 환경 또는 사회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여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해왔지만, 이제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지, 지배구조가 투명한 좋은 기업인지가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랙록의 사례와 같이 투자자, 평가기관 등이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ESG 활동을 하는 기업에만 투자를 하는 ‘ESG 투자’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40조 5,000억 달러(4경 4,400조 원)로, 2018년 30조 6,800억 달러(3경 3,600조 원)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31% 증가했습니다. ‘ESG를 염두에 두고 책임 있게 투자하겠다’는 기조가 확고한 만큼, 기업은 투자 확보와 주주 이익을 위해서 ESG를 경시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 ESG 경영 사례와 국내 기업의 움직임

실제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삼성, SK, 롯데 등 국내 주요기업들까지 ESG를 실현하기 위해 경영 방식을 바꾸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2030년 ‘탄소 중립(Net Zero)’을 달성하고,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사회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넘어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해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 전체에게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는 메일을 보내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ESG 경영이 기업비전임과 함께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며, 이후 SK그룹의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가스 등 계열사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 상장기업 ESG평가등급’에서 통합 ‘A+(매우 우수)’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LG화학은 화학사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하고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 사업장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되는 녹색 프리미엄제(한국전력에 별도의 요금을 납부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에 참여, 연간 12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낙찰 받았습니다. 이번 낙찰을 통해 여수 특수수지 공장과 석유화학 제품 고객사와 협력사를 지원하는 오산 테크센터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전망입니다.

  ▶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 공장 전경

이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ESG 경영에 힘쓰고 있으며, 한화솔루션과 같은 화학사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도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해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고 여겨졌던 산업군의 대기업들이 과거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자원순환형 사회 구축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하여

모건스탠리캐피털(MSCI)에 따르면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긍정적이고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ESG 경영은 좀 더 본질적인 개선을 기업에게 요구합니다. 과거와 같은 경영방식으로는 소비자에게도 투자자에게도 외면 받고 말 것입니다. ESG 경영은 기업의 이미지 구축이 아닌 생존으로 직결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 거시적인 제도의 마련과 국내외 기업의 모범적인 선도, 모든 것이 맞물릴 때 지구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분명 순탄하게 굴러가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분명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 지희수 | Insights Manager, Foresys


1) 이는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출판사 김영사)의 2장 소제목을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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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ys | (주)포어시스

2017년 설립된 포어시스는 해양, 해저영역 기반시설에 대한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전문가 그룹으로서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상 및 해저 구조물에 대한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양 부유물(해양쓰레기, 기름 및 화학물질, 해파리, 모자반 등 해양 생물 등)의 차집 및 수거를 위한 차단막 구조물의 개발을 통한 해양 환경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