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록으로 문화유산을 재해석하다!
–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문화유산
–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주 여행
– 문화재청,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쇼 펼쳐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를 거쳐 ‘메타버스’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SF 장편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에서 분신과 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아바타(Avatar)’와 함께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주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5G 기술이 발전하여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상용화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비대면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온라인과 디지털 콘텐츠의 다양한 것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메타버스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융합 공간으로 여러 분야에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박물관 등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디지털 문화유산
디지털문화유산이란, 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일컫습니다.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구분하여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태생적 디지털
디지털 그 자체로서 디지털로 된 대상물 외에 다른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지정된 사례는 없고, 근대기록유산 범주에 가깝습니다.
– 두 번째, 아날로그에서 변환된 디지털
아날로그로 된 대상물(문화유산, 자연유산 등)의 아날로그 기록을 디지털화한 것입니다. 문화유산 정보와 데이터,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장치를 통해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하여 생성 또는 처리되어 기계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는 정형 또는 비정형 정보입니다.
– 세 번째, 디지털화된 콘텐츠
문화재 보존관리 및 활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디지털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하거나 관련된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복합시켜 새로운 표현기능과 저장기능을 갖게 한 콘텐츠입니다.
문화재청은 디지털문화유산을 ‘지능정보기술’, ‘데이터’, ‘콘텐츠’라는 세가지 관점에서 정책과 과제를 정리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6년 개관 예정인 세종시 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민에게 기증받은 휴대전화를 재활용해 건물 입면 장식에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는 문화유산을 시대에 흐름에 맞춰 새로운 기술로 전달하는 곳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디지털 문화유산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디지털 문화는 가상현실, 디지털 특수 효과, 전자 음악 등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광범위한 영역의 응용과 미디어의 양식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 디지털 문화는 의료, 교육,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와 관련된 디지털 문화 연구도 활발합니다. 2003년 유네스코는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대한 헌장’을 제정하며 디지털 헤리티지 (Digital Heritage)라는 개념을 정의했으며, 이는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 법적 정보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자원의 디지털 전환 형식 자원까지 모두 포괄한다’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디지털 문화유산은 영구적인 보존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고 문화재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스톤헨지,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 등 세계 문화유산을 가상현실로 재현하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영상물과 터치스크린을 개발하는 등 문화유산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사라진 문화재, 다시 세우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훼손되거나 사라졌습니다. 돈의문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본의 도시 재개발 계획에 의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후 2019년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현실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디지털 복원에 그치지 않고 가상현실·증강현실을 통해 돈의문의 옛 모습을 체험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 밖에도 모바일, 키오스크, 체험관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준비돼 있습니다.
황룡사도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복원됐습니다. 황룡사는 1238년 몽골군의 침략으로 불타 사라진 신라 최대의 왕실 사찰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는 통일신라의 중문과 남희랑을 증강현실(AR)로 복원했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증강현실로 잃어버린 황룡사의 사계절과 건축과정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석굴암과 숭례문은 3D 스캔 작업을 통해 복원됐습니다. 3D 스캔 작업으로 고해상도 영상물을 제작해 8세기 당시의 석굴암의 모습을 재현했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도 전시됐습니다. 한편 숭례문은 2008년 화재 사건 이전에 해둔 3D 스캔작업으로 복원됐습니다. 문화재 복원에서 디지털 기술은 필요가 아닌 ‘필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로 복원된 황룡사 (출처: 경주시)
▶ 증강현실을 통해 복원된 돈의문 (출처: 서울시)
# 메타버스로 만나는 문화유산
디지털 문화유산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2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메타버스 ‘제페토’ 플랫폼을 활용해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관을 개관했습니다. 국내외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홍보관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사업입니다. 메타버스 홍보관에 접속하면 캠페인에 대한 소개, 각종 행사 소식, 문화유산 방문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제주 설화와 자연의 길’에서는 제주도의 화산지형 성산일출봉, 산방산, 쇠소깍, 용머리 해안을 체험할 수 있으며, 자신의 아바타로 지형을 방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문화와 설화 들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사업의 차별점입니다. 한국문화재재단 김기삼 실장은 “제페토를 시작으로 다 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향후 한국문화유산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감소세 이후 메타버스 홍보가 한국 문화유산 방문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 미디어아트로 다시 보는 세계유산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한「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세계유산협약)에 근거하여 특정 소재지와 관계없이 인류 모두를 위해 발굴 및 보호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지정한 것입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이외에도 ‘무형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을 지정해 보호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국내 세계문화유산을 미디어아트로 재 탄생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각 지방자치 단체는 문화재청과 함께 ‘세계유산 활용 콘텐츠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쇼’를 펼치고 있습니다. 미디어아트란 TV, 비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 매체로 표현하는 예술 분야입니다. 지역별 해당 세계유산을 소재·배경으로 미디어파사드와 인터랙티브아트, 야간 경관 조명을 연출해 관광객들이 문화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디어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며 인터랙티브아트는 관객들이 작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 개념의 미술을 말합니다. 문화재청은 국민들이 세계유산을 친숙하게 즐기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 미디어 파사드 (출처: 문화재청)
▶ 수원화성 화서문 미디어 파사드 (출처: 수원시)
정부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160 조 원을 투자해 190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문화재 디지털 3D 모형 제작, 온라인 영상 보급 등 디지털 문화유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들이 활발해질 예정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유산 가치 창출 및 새로운 사업 확대로 인한 일자리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K-팝, K-드라마로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새로운 K-문화의 방향으로 디지털 문화유산 관련 콘텐츠 제작에 노력 중입니다.
문화재청은 디지털문화유산 원천데이터인 게임·영화·웹만화(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된 민간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원본을 발굴하고 개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유산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전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디지털 문화는 문화재의 체계적 보존과 민족문화 계승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문화적 향상도 도모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다양한 디지털문화 및 디지털 헤리티지와 관련된 사업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디지털 복원과 같이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방법과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편, 무한복제와 변형이 가능한 디지털의 특성으로 인한 디지털문화유산콘텐츠 오남용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복원 콘텐츠의 고증과 올바른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차, 3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문제 또한 최적의 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노인,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이주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AI통번역서비스 제공, 점자책이나 수어영상 또는 3D프린팅 촉각 모형 등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방법의 문화유산 향유 방법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