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박차” vs “인력 부족 진통”

2023년 선박 발주량 감소에도…친환경 선박 수요 ‘지속’
“전 세계 선박 발주량 감소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력난”

– 내년 한국 조선 수주량 일시적으로 40% 준다…3년치 일감 충격은 없어

▶ LNG선 (출처: 대우조선해양)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내년 수주량이 올해보다 40%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국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선박 금융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해운업황 악화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고 친환경 해상환경 규제로 인한 노후 선박 교체가 다시 진행되면 신조선 시황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사실상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인 국내 조선업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 불황 당시 일감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를 감내했던 것과 달리, 최근 2년간 꾸준히 신조선가가 상승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우리 조선업계는 상반기에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여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와중에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는 점, 인력난 심화 등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 등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입니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태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의 90%를 채우지 못한 상황인데, 연내 추가 수주를 통한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양호한 수주 실적을 달성해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신조선가 상승세로 올해 들어 수주한 선박들의 수익성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일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아니라 충분한 일감을 보유해 수익성이 높은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는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10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1.9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8p 상승했습니다. 특히 우리 조선업계가 사실상 싹쓸이 수주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신조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10월 말 기준 LNG 운반선(17만4000㎥급)의 신조선가는 2억4800만 달러로, 전월보다 400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2018년 12월 신조선가(1억8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6% 오른 수치입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입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뜻입니다.

물론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2년 3분기 동향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2200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해, 올해 발주량 추정치(3500만CGT)보다 37.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 조선업계의 내년 선박 수주량 역시 850만CGT 전망해, 올해 추정치(1460만CGT)보다 41.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선주들이 관망세를 유지해 2023년 일시적으로 침체 수준의 발주량 및 수주가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에서는 “우려할 정도의 침체는 아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선박 발주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선업만의 악재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친 불황”이라며 “오히려 수주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수주를 통해 내년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수요는 지속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성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역시 최대 걸림돌은 ‘인력난’

▶ 조선소 건조 모습 (출처: 예작기획)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내년 수주량이 올해대비 40% 가량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고질적인 불거지고 있는 인력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LNG선•컨테이너선은 건조에 인력 많이 투입돼야 하는 선박이다보니, 현재 조선업계에 불거지고 있는 인력난 위기가 더 고조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극심한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 수는 9만3038명으로 2014년(20만3441명)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하더라도,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감은 많은데 정작 배를 건조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저임금 구조 문제 해결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업계는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감소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력난”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수주한 선박을 만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도체 ▶미래자동차 ▶조선(친환경 선박) ▶바이오‧헬스 등의 산업 분야 415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인력 수급 상황 체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조선업 기업의 52.2%가 ‘인력이 부족하다’(‘매우 부족’, ‘부족’)고 답했습니다. 특히 조사에 응한 조선업 기업의 무려 96.6%는 ‘생산 직무’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박 건조 규모 등을 감안하면 2027년까지 조선‧해양 산업에 4만3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정부는 8월 올해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 인력 신규 입국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만명 늘렸습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조선업계의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조선업 인력난이 심화되는 와중에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조선업 인력난 여파로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쟁의 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 가결했습니다. 물론 최근 현대중공업 노사가 실무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만큼, 극적으로 연내 타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우조선 노조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에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뿐만 아니라 회사 분할 금지, 자산 매각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