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으로 나아가는 수상태양광

– 유상곡수 (유상곡수)

통일신라의 중심이었던 경주에 위치한 포석정에서는 술잔을 수로에 띄워, 술잔이 멈춰선 그 자리의 누군가가 시조를 짓거나 술을 마시는 놀이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흔히들 통일신라 멸망과도 이어지는 포석정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과학기술의 결정체입니다. 일정 유속을 만들어내는 22m 수로의 오묘한 경사와 수심, 벽면의 조도(roughness), 수로의 형상에 따라 곳곳에 생겨나 술잔을 정지 시키는 와류(vortex),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예술은 술잔의 형상, 크기, 담긴 술의 양, 그날의 바람 등에 따라 술잔을 누군가의 앞에 멈춰서게 합니다. 술잔이 머무르는 데에도 다 연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 OECD 1위,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 국가, 2000년 대비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 47% 증가 등 우리나라는 기후 측면에서 여러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국가들은 205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을 전면 폐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석탄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전 세계 수치보다 월등히 높은 증가량을 보이는 실정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무게 중심을 더 해가고 있습니다.  그중 소규모 3kW급 일반가정용부터 MW급 발전사업 규모까지 우리 생활에 가장 깊숙이 다가온 분야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총 30.8G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설치 면적, 구조안정성, 장기 임대, 음영의 간섭 등의 어려움이 있고, 육상에 설치하는 경우에도 농지 또는 임야지를 이용함에 따라 각종 민원과 인허가 관련 갈등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수상태양광 발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세계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사업, 새만금에서 본격 추진

세계은행(2019)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상태양광은 최대 4,044GW의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어 에너지 측면의 잠재력과, 산업 측면에서의 시장성이 매우 큰 산업입니다. 육상에 설치하는 태양광 설비와 달리 수상태양광은 유휴 수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설치 장소의 제약이 적고, 육상 대비 열전도율이 낮은 수면의 냉각 효과로 인해 약 10%의 추가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저수지 수면의 약 5%를 이용할 경우 약 5,400MW 규모의 태양광 개발이 가능한 풍부한 자원이 있으며, 최근 새만금, 시화호 등 대규모 수상태양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 시발점으로 2020년 하반기 새만금에 세계최대 규모의 2.1GW급 발전단지를 설치하는 새만금 프로젝트의 착공을 앞두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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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개념도 (출처: 한국수력원자력(주)) ]

– 수상태양광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 환경과 안정성

수상태양광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시각 또한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육상태양광에 비해 공사 기간이 길고 유지보수 비용이 크며, 수상태양광 설비가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국내 상용화된 수상태양광 시설 중 가장 오래된 합천호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해 장기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시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질과 퇴적물, 수상생물 등의 특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KEI의 연구 결과는 수상태양광 설비가 안전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튼튼할 것처럼 보이는 태양광 설비도 들여다보면 구조적으로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수상태양광 설비 운영 이후 사고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는데, 태양광 설비 프레임의 위치 유지를 위한 계류선이 절단되거나, 태풍과 같은 극한 상태에서 환경 하중에 의해 태양광 패널이나 프레임, 부유체 등의 파손 및 변형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야마쿠라댐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설비 ‘메시아’에서 강력 태풍에 의해 시설물이 대규모로 파손되고 충돌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수상태양광 설비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안전성은 물론 물 위에 부양할 수 있는 충분한 부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바람 혹은 조류, 파도와 같은 환경 하중에 의해 표류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계류계와 계류계를 지지하는 앵커의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합니다. 즉, 구조 안전성과 유체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가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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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야마쿠라댐 화재 사고 (출처: 파이낸스 투데이) ]

– 수상태양광 설비 구축, 왜 난제인가

일반적으로 환경 및 구조적 복합성과 이해관계로 오랜 시간 동안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난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상태양광 설비는 명칭에서 의미하듯 물 위에 설치하는 구조물로서, 바람과 파도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다에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도 파도는 발생하는데, 실제 해양에서 발생하는 파도의 발생 원인 중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이며, 이를 풍파 혹은 풍랑이라고 합니다. 풍파(혹은 풍랑)는 대개 수 초에서 수십 초의 파 주기를 보이는데, 구조물의 구조 안전성을 위해서는 설계 과정에서 파 주기로 인한 공진(Resonance)1)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합니다.

 [ 공진에 의한 교량 붕괴 사고 (출처: The daily star) ]

풍파와 더불어 수상태양광 설비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람입니다. 바람 입사각에 따라 태양광 프레임 상부 패널(Panel)에 작용하는 풍하중의 크기가 다르며, 패널 뒤편으로 바람이 입사할 경우 패널에 작용하는 양력(Lift force)2)으로 인해 구조적 불안정성을 초래합니다. 수상태양광 설비는 설치 면적 규모에 비해 설비 무게가 작아 풍하중에 취약하고, 패널 뒤집힘 등 불안정 유발 가능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병렬 배치된 태양광 패널은 쉘터링 효과(sheltering effect)3)에 의해 각 패널에 작용하는 풍하중 형태가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쉘터링 효과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항목입니다.

[ 풍하중에 의한 태양광 패널 손상 (출처: PV magazine) ]

태양광 설비는 수면에서 표류하지 않고 지정된 위치를 유지하며 전력을 생산하는데, 태양광 설비 위치 유지에는 계류(Mooring)를 사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상세히는, 계류선(Mooring line)4)의 자중으로 연직 아랫방향 무게를 재하하는 방법과 고무줄과 같은 인장력(elastic tension)을 가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수위 변화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지만 계류선의 설치 반경이 크고 충분한 복원력을 제공하기 위한 수심이 확보되어야 하며, 후자의 경우 낮은 수심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나 수위 변화에 취약하거나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수상태양광 설비는 육상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연근해나 하천 등지에 설치 및 운영되고 있는데, 수심이 낮고 조수간만에 의한 수심 변화가 매우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조위차가 큰 지역에서는 수위 변화에 따라 자중에 의한 연직 아랫 방향으로 복원력(무게)을 제공하는 무게 추(Weight)를 일정 간격 부착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보편적입니다. 이를 보완하여 탄성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늘어남과 줄어듦을 반복하는 Flexible Rope 등이 출시되기도 하였으나 조위차가 크게 발생하는 남해 및 서해 인근 해역과 하천에서는 구조적, 비용적 그 한계가 매우 뚜렷합니다. 더불어, 태양광 설비는 태양광의 입사각에 따라 발전 효율이 최대 20% 이상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수선면에서의 회전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상태양광을 위해

수상태양광 설비의 유체 불안정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바람에 기인한 하중입니다. 안전성을 위해서는 설계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중요한 항목입니다. 태양광 패널에 작용하는 풍하중을 산정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실험적 방법(Experimental Method)과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험적 방법은 풍동 및 모형, 기구 점검 등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우 높은 정도(Accuracy)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전산유체역학을 활용한 방법은 실험적 방법에 비해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높은 정도의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지만, 엔지니어의 수치해석 역량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한계로 인해 실험적 방법 대비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파랑 하중 또한 풍하중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으며, 업계에서 두 방법 모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여건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환경 하중을 산정하여 설계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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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동 실험 모식도 (출처: 위키피디아) ]

 [ 태양광 패널 전산유체역학 해석 기법 (출처: ANSYS) ]

수상태양광 설비는 시스템 자체의 위치유지 성능이 없기 때문에, 계류계를 사용하여 설치 위치에 고정됩니다. 수상태양광 설비의 위치 유지를 위한 계류계 성능은 계류선의 재료 물성, 계류계 배치, 계류 형상 등으로 결정되며, 설치 해역의 환경적 특성과 계류 목적에 따라 위 요소들을 고려하여 계류 설계안이 도출됩니다. 계류선은 계류앵커와 태양광 설비 프레임5)(일체형일 경우 부유체)의 페어리드(Fairlead) 혹은 패드아이(Padeye)라고 하는 구조물 연결지점에 부착되어 그 역할을 하게 되는데, 계류앵커와 페어리드 혹은 패드아이도 계류선에 의해 발생하는 장력을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구조적 안전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수상태양광 등 위치를 유지해야하는 수상 구조물의 근본적인 복원력과 극한상태에서의 안정성은 지반으로부터 지지력을 유발시키는 앵커에서 비롯됩니다. 해양 플랜트 구조물에 경험을 가진 국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유난히도 싱커(sinker)라는 이름으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반의 특성, 구조물의 형상, 앵커와 지반의 상호 거동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설계, 시공되어야 합니다. 정방형의 콘크리트 블록을 탈피하여, 경제성과 시공성, 안정성 등을 확보한 새로운 형태의 앵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존의 수직방향 하중에 저항하는 중력식 앵커는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5MW 수준의 대규모 수상 태양광 시설에 작용하는 주요 수평 하중을 유발하는 바람, 조류 등의 하중에 저항하여 시설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수상태양광 설비는 수면에서 발생하는 파도 등에 의해 모듈 연결부(Joint)의 지속적인 굽힘(Bending) 및 반복하중(Fatigue)을 겪게 되며, 예상하지 못한 물체와의 충돌, 지진 등의 충격하중에서도 구조적 안전성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계류계 성능 및 안전성, 패드아이와 앵커, 프레임 및 지지대의 구조적 안전성 등의 항목 또한 실험적 방법과 수치해석적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으며, 설치하고자 하는 대상 지역의 환경 하중을 반영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국내 착공을 앞두고

2020년 하반기 착공을 앞둔 새만금 단지와 내년 착공 예정인 시화호는 최대 수 미터의 파고가 예상되는 지역입니다. 더불어, 조위차가 매우 큰 서해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상태양광 설비 구축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새만금 간척지, 시화호 등지는 방조제 및 갑문 등으로 조위차가 크지 않고 외해에서 밀려오는 파랑 하중이 외해만큼 크지 않으리라 예상되지만, 육상이 아닌 수상에 설치되는 구조물은 다상(Multi-Phase)6)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비약하자면, 안전한 수상태양광 설비 구축을 위해서는 태양광 설비의 구조 안전성, 수상에서의 유체 안정성, 태양광 설비 위치유지 성능 및 환경 하중 평가 기술 등 구조 및 해양 엔지니어링 기술이 반드시 접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공진(Resonance) : 모든 시스템은 고유한 운동 주기(혹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 운동 주기와 유사한 주기를 갖는 외력이 입사하게 되면 운동 크기가 증폭되는 현상

2) 양력(Lifting) : 유체의 흐름에 수직 방향으로 발생하는 하중. 비행기의 부양 원리와 같음

3) 쉘터링효과(Sheltering effect) : 대상 물체를 둘러싼 주변 물체의 형상, 높이 등에 따라 대상 물체에 가해지는 바람의 영향이 달라지는 현상

4) 전자는 Catenary(현수선 계류) 라고 하며, 후자는 Taut(인장식 계류, 저자 지음)라고 한다. 현수식 계류는 주로 Chain이 많이 사용되어 충분한 무게를 기반으로 하며, 인장식 계류는 와이어 및 로프를 사용하여 충분한 초기 인장력(Tension)을 제공한다.

5) 수상태양광 설비는 형태에 따라 크게 태양광패널이 부유체에 결합된 일체형과, 태양광패널이 프레임에 연결되고 부력체에 의해 부유하는 프레임형으로 나눌 수 있다.

6) 크게는 기체와 액체, 세분화해서는 밀도가 서로 다른 유체가 하나의 계(System) 안에 있음을 일컫는 말로, 수상 구조물은 물과 공기라는 다상 문제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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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ys | 포어시스

주요 사업 실적

> 2019년도 

∙ 여수 도성마을 수상태양광 발전 플랫폼 특수 해석 용역, 주식회사 다스코
∙ 수상 태양광 계류 시스템 설계, 주식회사 포스코
∙ 좌현 핀 안정기 작용 하중 평가 및 침몰지점 해저 지반 특성분석 연구 용역 사업,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 Hydro-geotechnical solution for an environmental problem – marine plastic pollution, Australia-Korea Foudnation
∙ 해양 난접 시설물 적정 전력공급용 130W급 진동 수주형 파력 발전 장치 개발, 해양수산부

> 2018년도 

∙ 선박 및 유빙 충돌에 따른 부유식 콘크리트 플랫폼 거동 분석 연구, GS건설
∙ 연근해 선박 운항 안정성 확보를 위한 극한 해상환경 기준 재해쓰레기 차단막 개발, 해양수산부
∙ 에어버블 차단막시스템의 해양환경하중 및 구조 안정성 평가 수치해석 용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콘크리트 플로팅 아일랜드 개발기획, 대우건설
∙ GS Caltex CCR Platform 3D 모델링 유한요소 해석, 대우건설 외 해양 엔지니어링 및 연구개발 용역 수행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