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지역재생의 사회적 토양

2000년대 초 유학생으로 영국의 뉴캐슬에서 3년 넘게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뉴캐슬은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잘 알려졌지만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도시 전체가 퇴락하여 회색 도시로 일컬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회색 도시가 생명력을 얻어 빠르게 변화하는 결정적 시기에 도시발전을 주도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정부에 복귀한 후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기 위해 짧은 방문을 몇 년 이어갔는데, 그 도시에 돌아올 때마다 도시경관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이 바뀌어 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문 닫은 정미소 건물이 현대미술관으로 개조되어 유럽과 미국에서 관람객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강변의 버려진 공장지대에는 고급 호텔과 유명 패션 스토어가 하나씩 들어섰습니다.

보령머드축제

▶ 출처: 보령시

영국 뉴캐슬과 게이츠헤드 지방의 지역재생 성공담은 그간 다수의 학자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KBS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뉴캐슬 신화를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앞둔 특집이었는데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가 지역경제 발전에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역재생을 위해 설립한 반관반민 조직 대표단이 한국, 일본, 대만 등을 돌며 기업을 유치해 오면 귀족은 토지를 기부하고, 노동계는 고급 노동력을 제공하며, 언론인은 지역홍보를 도와주고, 교육 당국은 직원 자녀 교육을 도와주는 등 모두가 합심하여 외자 유치를 도왔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지방소멸대응 기금 사업, 농어촌 활력 증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례조사를 통해 성공 요인을 찾으려 합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오랜 기간 깊이 형성된 맥락을 통찰하지 못하면 그 성공 사례를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귤화위지)”라는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여러 가지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기획서만으로 지방소멸을 막고 농어촌 활력을 찾을 수 없습니다.우리 지역의 사회적 토양을 먼저 돌아보아야 합니다.
뉴캐슬 사람들이 외자 유치를 위해 발휘했던 포용력과 사회적 자본이 우리에게 있는지,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러한 비옥한 토양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합니다.

/엄승용/정치학 박사, 사단법인 문화자원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