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기 좋은 추천 도서

국립중앙도서관은 인문, 사회, 자연, 어문학 등의 주제분야에서 책과 함께 생활하는 현장 사서가 좋은 책을 추천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서문화 증진에 기여하고자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서추천도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지금 읽을 한 권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독자와 책을 연결해 온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은 어떤 책을 추천할까요. 사서들의 경험과 시선으로 고른 책들을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www.nl.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 대전환의 시대를 건너는 진화론적 생존 법칙>

대니얼 R. 브룩스,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 장혜인 옮김 | 더 퀘스트 길벗 | 2026

완벽한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면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의 상식을 뒤집는 진화생물학서다.

저자들은 약 40억 년의 생물 진화사를 훑으며,
환경이 바뀔 때마다 가장 적합했던 종이 아니라 오히려 덜 적합했던 변종이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공룡은 멸종했지만, 적당히 부족했던 인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은 사실 생존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류는 또다시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자들은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 에너지 고갈로 대표되는 현재를 ‘인류세의 가을’이라 표현하며 인류에게 닥친 대위기를 경고한다.
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위기를 통과할 잠재력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완벽한 통제와 최적화가 정답이라 믿어온 사람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대비할 관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상상할 때, 불완전함이야말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과몰입하는 좌뇌 침묵하는 우뇌 >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 김윤종 옮김 | 클랩북스 | 2026

우리는 왜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웃어넘길까? 그 답은 마음이 아니라 뇌 안에 있다.
좌뇌와 우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확신하는 ‘나’라는 자아조차 좌뇌가 지어낸 하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신경심리학자 크리스 나이바우어가 22년간의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자아와 의식의 본질을 탐구한 교양서이다.
저자는 좌뇌와 우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며,
우리가 ‘나’라고 믿는 자아가 실은 좌뇌가 끊임없이 지어내는 허구적 스토리에 가깝다는 것을 신경학적 근거로 밝힌다.
나아가 좌뇌와 우뇌의 특성을 이해하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려운 뇌과학 이론을 일상의 사례와 연결해 쉽게 풀어내며,
각 장 말미의 <체험하기> 단원을 통해 연습 문제와 사고 실험으로 관련 개념을 독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다.

뇌과학의 성과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그 과학적 근거 위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까지 확장해 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뇌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 검은 해바라기 : 오윤희 장편소설 >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

불법 촬영 혐의로 체포된 고등학생 수완.
그러나 아이의 눈빛엔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다.
명백해 보이는 이 사건 뒤에 한 가족이 오랫동안 감춰 온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윤희의 『검은 해바라기』는 청소년 범죄라는 사회적 이슈와 한 가족의 내밀한 균열을 파헤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수완의 범죄 사건 이면에는 가족 안의 왜곡된 관계,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촘촘히 얽혀 있다.
작가는 선과 악을 단순히 나누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물들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두려움과 불안, 뒤틀린 욕망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독자는 인간 심리의 깊은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가족 관계 속 인정욕구와 결핍이라는 화두에 공감하는 독자에게 이 작품을 권한다.
긴장감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관계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 >

헨드릭 흐룬 지음 | 최진영 옮김 | DROM FIKA피카 | 2026

살아가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곁에 없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 잊고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람.
네덜란드 작가 헨드릭 흐룬의 『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는 이러한 그리움을 안고, 원치 않던 여행길에 오른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평생을 숫자로만 세상을 이해해온 회계사 푸트만스 씨.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니던 직장마저 잃는다.
홀로 남겨진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오로라를 보러 패키지 버스 여행길에 오른다.
좁은 버스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평생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그에게, 12일간 낯선 이들과 부대껴야 하는 이 여정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 끝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이 소설은 화려한 성장담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도 아니다.
작가는 상실을 품은 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고집스럽고도 순수한 마음을 위트 가득한 문체로 쓸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쓸쓸함의 자리에서 푸트만스 씨가 보았을 오로라가 잔잔하고도 찬란하게 펼쳐진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 그리운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요? :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치료사의 상담 일지 >

조슈아 플레처 지음 |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5

물질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밤새 뒤척이며 별것 아닌 일을 몇 번이고 곱씹어본 적이 있는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겼지만 마음 한구석은 줄곧 불안으로 무거웠던 적은 없는지?

이 책은 불안장애를 직접 겪어낸 심리치료사가 내담자와의 실제 상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에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하는 ‘분석가’, ‘불안이’, ‘공감이’ 등 13가지 내면의 목소리가 상담 장면 사이사이 등장해,
치료사 자신의 고뇌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독자는 상담실에서 나누는 대화뿐 아니라, 치료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은밀하고 치열한 내면의 대화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심리상담을 받아보고 싶지만 쉽게 용기 내지 못했던 사람, 불안을 겪는 주변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불안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도록 돕는 따뜻하고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지명속담 이야기>

강순돌 지음 | 푸른길 | 2026

낙동강 오리알. 외톨이나 낙오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낙동강일까?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속담들은 왜 특정 지역의 이름을 품고 있을까?

특정 지명이 들어 있는 ‘지명속담’은 그 지역의 역사와 지리, 생활문화를 담고 있다.
낙동강이 외로움과 낙오의 상징이 된 사연처럼, 익숙한 관용구 하나하나에 얽힌 재미있고 유용한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실려 있다.
저자는 전국 각지의 지명속담을 수집해, 속담의 의미와 유래는 물론 지형·교통 환경과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살펴본다.
속담에 등장하는 지명이 단순한 장소명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사회 인식, 지역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이나 지도, 지명 유래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우리말에 숨은 이야기와 지역의 역사, 생활문화가 궁금한 독자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도로 표지판 속 지명이 다르게 읽히고,
우리 동네나 여행지의 이름도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곳으로 다가올 것이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

하루라도 머리를 감지 않으면 왠지 찜찜하고, 남 앞에 서기 민망하다.
그런데 이 익숙한 감각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청결, 소통, 자기관리의 기준은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의 삶을 규정하게 되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의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쾌적함’의 이면에 숨겨진 배제와 압박의 문제를 파헤친다.
저자는 다양한 사회 적응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진료하며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서울과 유사한 도시 환경을 가진 도쿄의 여러 사회 현상을 분석해,
건강과 청결에 대한 높은 기준, 저출생, 동선과 행동을 통제하도록 설계된 공간 등을 폭넓게 조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맞춰 사람들이 관리되고 편집되는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이들이 교정의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의식중에 내면화한 규범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리하여 진보된 사회가 주는 편리함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규범에 압도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
쾌적함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압박을 새로운 시선으로 성찰하고 싶은 사람,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유독 지쳐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뜻밖의 위로와 통찰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찰나의 기억, 냄새 : 문학으로 본 후각의 문화사>

김성연 지음 | 서해문집 | 2025

1937년, 세계적 인물 헬렌 켈러가 부산을 방문한다.
시인 백석은 고향의 냄새를 유독 자주, 그리고 짙게 그려낸다.
헬렌 켈러에게 부산은 어떤 냄새로 각인되었을까?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고향의 냄새는 왜 점차 쓸쓸하게 느껴질까?

『찰나의 기억, 냄새』는 문학 작품과 기록 속 후각 텍스트를 분석해 시대와 사회상을 읽어내고,
그 속에 담긴 감각의 의미와 작가의 인식을 탐색한 책이다.
개화기 조선 거리의 냄새, 근대 향수 소비문화의 형성,
일제강점기 작가들의 현실 인식과 작품 속 냄새의 표상, 도시화 과정에서 변화한 일상의 냄새,
그리고 냄새라는 개념조차 사라진 SF 속 미래 인류까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후각의 풍경을 폭넓게 살핀다.

저자는 다양한 문학 작품과 문헌을 세심하게 읽어내며, 냄새가 단순한 감각적 묘사를 넘어 한 시대의 가치관과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학술적 깊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문체로, 문학의 즐거움과 비평적 읽기의 묘미를 함께 느끼게 한다.

근대문학과 역사를 연구하는 학생·연구자는 물론, 향기와 감각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폭넓게 추천할 만하다.
후각이라는 독특한 창으로 역사와 문학을 새롭게 바라보고, 문헌과 작품을 비판적으로 읽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새로운 질문을 남기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줍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한 권의 책이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생각과 다음 읽을거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