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추천도서
한국 독자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남긴 기쁨 중 하나입니다.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합쳐 한강 작가가 펴낸 6권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IN(www.sisain.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소년이 온다 >
한강 지음 | 창비 | 2014
2012년 겨울, 한강 작가는 ‘인간의 잔혹함을 증거하는 자료들’과 ‘인간의 존엄을 증거하는 자료들’ 사이에서 분열을 겪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설로 다루기로 결심하면서부터다. 그 흔적이 책에 이런 구절로 남아 있다.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소설 쓰기를 포기하려던 순간 작가는 끝까지 광주 도청에 남았던 스물여섯 살 청년의 마지막 일기를 읽고
생각을 바꾼다. ‘어떻게든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서 나아가는 일만 남아 있다’고생각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일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그 자리에서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묻는다.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 구는 게 의아했다.동호가, 밤이 되기 전 도청에서 나오겠다는 동호의 말을 믿은 가족들이,
총알이 관통한 자신의 옆구리를 생각하는 시신이, 모나미 볼펜으로 고문을 당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강 작가는 이 책에서 그가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을 비교적 선명한 문장으로 던진다.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 채식주의자 >
한강 지음 | 창비 | 2022
파일명에 ‘고통 3부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던 작품이 〈채식주의자〉다.
1부 ‘채식주의자’는 아내 영혜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남편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환경 때문도, 건강 때문도 아닌 꿈 때문에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 영혜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이 처가에 이 사실을 알리고, 폭력적인 장인이 가족들 앞에서 강제로 딸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고 한다. 영혜는 그들 앞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의 형부 시선에서 그려진다.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 ‘내’가
그녀를 찾아가 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모델을 세우는 걸 넘어, 스스로도 모델이 되기를 자처한다.
한강 작가는 ‘몽고반점’으로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던 김성곤 문학평론가는
‘삶과 예술의 관계를 천착하는 중후한 주제와 참신한 소재로 독자들의 지적 기대에 부응한다’고 평했다.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
실제 한강 작가처럼 5월 광주에 대해 소설을 쓴 작가 경하가
친구 인선의 고향 제주를 찾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예전 직장에서의 인연으로 친구가 된 인선은 제주 중산간에서 목수가 되었는데,
어느 날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해 서울 병원으로 실려온다.
그가 경하에게 자신의 앵무새를 돌보아줄 것을 당부해 급하게 제주로 떠난다.
눈보라를 헤치며 인선의 집에 다다른 경하는 거기서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친구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4·3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쓴 날부터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소년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고통’ 속에서 썼다.
소설이 되기 전 그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 절반 죽어 있던 사람들이 생명을 얻는 소설,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켜는 소설.’
< 여수의 사랑 >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려 보이고 있는 시정 어린 작품집.’
그 표현대로 소설에는 무언가 상실하거나 결핍된 젊은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표제작인 ‘여수의 사랑’은 자취방을 함께 쓸 사람을 찾던 정선이 자흔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선의 고향이 여수라는 걸 알자 ‘우울한 얼굴에 환희에 찬 경련이 일어날 만큼 반가움을 표시’한 자흔은
틈만 나면 여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어 한다. 막상 자흔에게 고향을 묻자 인천이라고 했다가
전주, 남원, 삼례, 곡성까지 언급한 다음, 사실은 여수라고 답한다.
결벽증이 심한 정선이 자흔에게서 풍겨오는 여수의 냄새를 견딜 수 없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진다.
초판본에서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가 ‘신세대’에 속할 20대 중반이지만
‘여수의 사랑에 묶이는 그의 작품들은 전혀 신세대적이지 않다’고 해설했다.
‘그 또래 소설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올 팝이나 비디오, 영화나 만화가 전혀 비치지 않고
섹스는커녕,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도 없다. (···) 오히려 그의 아버지 세대가 지금의 그의 나이로 살았을 6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에 속해 있을, 어둡고 간난스럽고 한스러운 세계이다.’
그의 말대로 대중문화의 전성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 정선과 자흔, 인규, 동식은
젊은 나이임에도 과거를 끌어안고 ‘존재 자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며 버텨나간다.
< 희랍어시간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
수업을 듣는 여자와 희랍어 가르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희랍어 시간〉
한강 작가 특유의 문체가 특히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여자는 말을 잃어가는 중이고 남자는 하루하루 빛(시각)을 상실하고 있다.
그녀가 말을 잃은 원인을 유년기 체험에서 찾아내려는 심리치료사가 묻는다.
“최초로 꾸었던 꿈을 혹시 기억합니까?”
남자가 얼굴로 달려드는 새를 피하려다 학원 건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여자가 그를 발견하면서 ‘소멸하던’ 두 사람은 소통하기 시작한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 그 복잡한 문법체계가 오히려 안전한 방처럼 느껴졌다는 남자와
양육권을 빼앗기고 희랍어로 시를 쓰는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 무척 들어맞는 작품이다.
말을 잃은 화자의 침묵을 언어로 묘사하는 아이러니,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작가가 해낸다.
< 흰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8
‘흰’은 희다는 의미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시 같기도, 산문 같기도 한 이 소설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
처음으로 한 일이 목록 만들기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등의 단어가 그 목록이다.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던 아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도시의 95%가 파괴되어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어떤 도시의 풍경으로 이어지고,
읽는 내내 그렇게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한국 최초,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는건 어떨까요?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