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어떻게 되세요?’ 식지 않는 MBTI 열풍

▶ 출처: 예작기획

MBTI 성격유형 테스트가 요즘은 특정 세대의 경계를 넘어 마치 문화 현상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혈액형이 뭐예요?” 라고 자주 묻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혈액형 대신 MBTI 유형을 묻습니다. 혈액형보다 좀 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MBTI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열풍을 일으켰던 MBTI가 이제 하나의 프로필로 고착화되었습니다. MBTI 열풍은 코로나로 인한 대면 활동의 감소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에 더불어 사람들이 MBTI 결과를 SNS에 공유하면서 폭발성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어느 순간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인 나무위키 연예인 프로필에 MBTI는 필수 기록항목이 되었으며, 연예인들의 MBTI 공개도 유행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MBTI 열풍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MZ세대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셀프브랜딩 시대에 나를 잘 알고 나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자기 분석은 당연한 수순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모바일을 사용해온 MZ세대의 친숙한 놀이면서 정보 공유의 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MBTI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유형끼리 공감하려는 욕구가 맞아떨어져 트렌드가 된 것으로,나를 제대로 알리고 상대에 대해서도 빨리 파악하고자 하는 ’이해에 대한 욕구’가 열풍을 불러온 셈입니다. 비대면 상황이 늘어나면서 상대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MBTI의 도움을 받는 면도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혈액형 판별볍을 네 가지에 불과하지만, MBTI는 내향적(I)인지 외향적(E)인지, 직관적(N)인지 감각적((S)인지, 감정적(F)인지 사고적(T)인지, 인식적(P)인지 판단적(J)인지 따져 무려 16개 성격유형을 제시합니다.

그럼에도 ‘MBTI도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혈액형성격론과 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심리학자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검사지는 약식에 불과하므로 정확성이나 상세한 분석과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MBTI 유형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검증된 정식 검사를 통해 보다 명확한 해석을 제공받으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유입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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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예작기획

MBTI는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의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4가지 지표를 외향형인지 내향형인지 등 각각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모두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합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미국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가 홈 스쿨링을 통해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을 교육하던 중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심리검사입니다. 이들이 구분한 성격유형은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의 네 가지 경향으로 구성됩니다. 에너지 방향은 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인식 기능은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판단 기능은 사고형(Thking)-감정형(Feeing), 그리고 생활 양식은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으로 구분합니다. 4쌍(8가지)의 지표 중 좋아하는 쪽을 조합하면 총 16종류의 성격 유형이 나옵니다.

MBTI에서는 인간의 내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4가지 선호 경향으로 분류합니다.


01. 주의초점 >> 에너지의 방향

① 외향 (Extroversion)
– 자기 외부에 주의 집중합니다.
– 다른 누군가에게 발상, 지식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습니다.
– 사교적, 활동적이며 외부 활동에 적극성을 발휘합니다.
–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지며 글보다는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 경험을 통해 이해합니다.

② 내향 (Introversion)
– 자기 내부에 주의 집중합니다.
– 발상, 지식이나 감정에 대한 자각의 깊이를 늘려감으로써 에너지를 얻습니다.
– 조용하고 신중하며 내면 활동에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 깊이있는 대인관계를 가지며 말보다는 글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 이해한 다음 행동합니다.


02. 인식기능 >>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① 감각 (Sensing)
– 오감 및 경험에 의존하며, 현실주의적인 타입입니다.
– 실제의 경험을 중시하고 지금에 초점을 맞추어 일처리를 합니다.
– 숲보다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② 직관 (iNtuition)
– 직관 및 영감에 의존하며, 이상주의적인 타입입니다.
– 아이디어를 중시하며 미래지향적이고 개연성과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신속, 비약적으로 일처리를 합니다.
– 비유적, 암시적으로 묘사합니다.
– 나무보다 숲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며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한 편입니다.


03. 판단기능 >> 판단의 근거

① 감정 (Feeling)
– 인간관계 중심 타입입니다.
– 사람과의 관계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선호합니다.
– 상황적, 포괄적이며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이성보단 감정에 치우치며, 의미와 영향, 도덕성을 중시합니다.
– 우호적인 협조, 공감하기를 좋아합니다.

② 사고 (Thinking)
– 업무 중심 타입입니다.
– 진실과 사실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맞다, 틀리다’의 판단을 선호합니다.
– 이성적이고 논리적, 분석적이며 객관적으로 사실을 판단합니다.
– 원리와 원칙을 중시합니다.
– 논평하기를 좋아합니다.


04. 생활양식 >> 선호하는 삶의 패턴

① 판단 (Judging)
– 분명한 목적과 방향 선호합니다.
–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며 기한을 엄수합니다.
–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잘하며 뚜렷한 자기의사와 기준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② 인식 (Perceiving)
–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 선호합니다.
– 자율적이고 체계는 없지만 재량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결정을 보류합니다.


주의할 점은, 사람이 외향형이라고 해서 내향적인 성격 요소가 그 사람에게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위의 여덟 가지 특성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으며, MBTI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개인이 각 요소들 가운데 어느 요소의 특징이 더 강하느냐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MBTI를 통해 성격 유형이 16가지만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해당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어떤 경향을 보이는지 분류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MBTI 도입 초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해 취업이나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던 MBTI가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건 2020년 중반입니다. MBC의 ‘놀면 뭐하니’의 출연진인 유재석, 이효리, 비가 MBTI 검사를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탄 직후입니다. 해당 방송에서 소개된 무료 MBTI 검사 웹사이트는 이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MBTI 마케팅 접목

▶ 맥주 4캔으로 16가지 MBTI 성격 유형을 표현할 수 있는 ‘맥BTI’ (출처: 제주맥주)

MBTI 열풍은 단순히 MZ세대를 뛰어넘는 조짐이 여러 군데서 보입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세 이상 우리 국민 중 52%가 MBTI를 해 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중 18세에서 29세의 국민은 90% 이상이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30대도 75%, 40대는 53%, 50대도 40% 가까운 국민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요즘 젊은 사람과 대화하려면 MBTI를 모르면 말이 안 통한다는 이야기이며, 트렌드에 민감한 중‧장년층도 MBTI를 알아야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국민 중 반 이상이 테스트해본 경험이 있으니 혈액형을 통한 성격 유형화를 뛰어넘는 국민 성격 테스트로 등극한 셈입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서 검사 경험 응답자의 83%가 MBTI로 확인된 본인의 성격 유형과 실제의 성격유형이 일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한번 테스트를 해본 사람들은 그 성격 유형에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요즘 MZ세대가 소셜 미디어 프로필에 꼭 추가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MBTI입니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연애 스타일, 술버릇, 여행 취향 등 다양한 MBTI 심리 테스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MBTI 맥주와 MBTI 맞춤형 호캉스까지, 마케팅 전반에서도 MBTI는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 인기가 지속되며 최근 MBTI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유형별 스티커, 티셔츠뿐만 아니라 맥주, 호캉스 패키지, 금융상품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단순히 알파벳만 붙인 게 아닌 유형별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여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광고업계에서도 일명 ‘MBTI 과몰입(과도하게 몰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이해

▶ 여행 계획을 세우는 상황 속 J와 P 유형 비교 (출처: 예작기획)

사람들은 MBTI라는 좋은 사회적 연결 수단을 얻었습니다. 타인을 파악하고,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 MBT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교적 부정적인 인식이 있던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특성, 소심한 성격 탓에 말수가 적은 특성 등을 MBTI를 통해 조금이나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P(인식형)과 J(판단형)인 사람 둘이 같이 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P는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융통성이 있는 개방적인 성격의 유형입니다. 반면에 J는 예상치 못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싫어하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MBTI의 개념이 대중적으로 자리잡기 전에는 여행 계획 타입이 맞지 않는 친구와의 불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왔습니다. 상대가 여행 계획을 너무 숨 막힐 정도로 세세하게 짜서 질린다거나, 미리 계획을 정해두고 싶은데 상대는 아무런 기여를 안 해서 화가 난다는 식의 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MBTI가 유행한 이후로는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MBTI를 밝힘으로써 서로의 성향을 미리 알고 이해하기에, 편안한 소통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저 친구는 P니까 너무 타이트한 일정은 싫어하겠구나’, ‘저 사람은 I라고 했으니까 사람이 많은 시끄러운 곳은 안 좋아하겠구나’ 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 상대의 성향을 보고 상대의 MBTI를 추측해 맞추거나, 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일종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놀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MBTI는 충분한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젊은 청년들은 소속감이 흐려짐과 동시에 자아 정체성도 모호해졌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 교류하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데, 이 기본적인 것조차 불가능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사회는 삶을 낯선 상황으로 끌어들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피하는 도구로 MBTI는 좋은 대안입니다. MBTI의 설명을 보며 ‘나 이런 사람이구나. 맞아, 나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들은 종종 나 자신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려주는 MBTI를 기반으로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MBTI에 과몰입하여 맹신하는 건 금물이지만 소통을 위해 나 자신과 상대방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일입니다.
요즘은 기업에서도 MBTI를 활용해 팀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나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일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유형끼리 공감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MBTI 열풍!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 예작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