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란의 컬러인문학

폭력성을 억제하는 분홍색

베이커 밀러 분홍색(Baker-Miller Pink), 주정뱅이 분홍색(Drunk Tank Pink), 쿨다운 핑크 프로젝트(Cool down Pink Project) 등 이 모두는 교도소에 적용한 분홍색 이름들이다. 분홍색은 애정, 창조, 행복, 사랑 등을 나타내는 이미지 외에 색채 효과적인 측면으로 보면 폭력성, 분노, 억압, 불안, 대립 등을 억제하는 마치 비약물성 마취제와 같다고 미국의 알렉산더 샤우스 교수는 말하고 있다. 특히 교도소처럼 수감자들의 폭력이 빈번한 곳에서는 이러한 컬러테라피가 효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베이커 밀러 분홍색(Baker-Miller Pink)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사람의 이름을 합쳐 만들어낸 아주 밝고 선명한 분홍색을 말한다. 1980년대 시애틀에 위치한 미 해군교도소의 진베이커 선임과 교도소장 밀러는 폭력이 끊이지 않던 교도소내의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중 사람의 마음의 안정시키는 색에 대해 실험하게 되었다. 푸른색, 노란색, 핑크색 등 여러색을 이용해 죄수들의 심리적 특색을 관찰한 결과 핑크색을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알고, 방 하나를 온통 핑크색으로 칠하기에 이른다.

새로 온 신입 수감자, 폭력성이 짙은 수감자들이 그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하게 된다. 이들은 약 7개월에 걸쳐 실험하였고, 신기하게도 실험을 하는 기간 동안에 어떠한 폭력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를 높이 평가해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을 붙여 베이커 밀러 분홍색 ‘Baker-Miller Pink (sRGB_255, 145, 175, CMYK 0, 43, 31, 0, SH S 1040-R20B)’으로 명명하였고, 이후로 미국 전역의 다른 교도소에도 특별 유치장에는 이 색을 칠하게 되었다고 한다. 15분 동안의 핑크 컬러 샤워가 지나친 폭력성도 잠재웠던 것이다.

술주정뱅이 분홍색(Drunk Tank Pink)

분홍색 트렁크를 상상해보면 귀엽고 앙증맞으며 배를 움켜 쥐고 웃는 모양이 떠오른다. 게다가 배불뚝이 술주정뱅이에게 이 커다란 분홍색 트렁크를 입혔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유쾌한 웃음이 안나올 수 없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의 구치소에서는 난폭하기짝이 없는 술주정꾼을 위한 분홍색 유치장이 있다고 한다. 그곳을 일컬어 Drunk Tank Pink라고 하는데, Baker-Miller Pink에서 영향을 받아 특별유치장을 만들고 이곳은 난폭한 주정꾼들에게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스위스 쿨다운핑크 프로젝트(Cool Down Project)

페피콘 교도소는 폭력사건 발생 빈도로 악명이 높은 스위스 교도소 중 하나로 수감자들의 강도 높은 폭력성을 억제하기 위해, 색채전문가의 자문으로 감방 30개를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는 쿨다운핑크 프로젝트(Cool Down Prjoect)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핑크색이 수감자들의 분노, 대립, 불안, 공격성 등을 억제하고 진정시키며, 심리적인 안정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적용하였는데, 정작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많다고 한다. 여자아이의 침실에서 지내는 것 같고, 아이같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정작 현지의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고 있어 폭력사건이 줄어들 것으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쿠야 여성 전용 교도소(일본)

일본의 에히메현에 위치한 여성 전용 교도소인 타쿠야는 온통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문과 창틀, 이불, 죄수복 심지어 의료시설이나 분만시설 등 모든 것이 연한 분홍색 천지다. 여성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여 폭력성을 억제하고 긴장감과 암박감을 감소하도록 하는 효과로 적용하였는데, 스위스의 교도소처럼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컬러를 통한 효과는 일정 시간이 경과되면 오히려 퇴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심지어 미식축구 경기에서나 혹은 복싱경기에서 상대의 승부욕을 가라앉히기 위해 라커룸을 분홍색으로 칠하거나, 분홍색 트렁크를 입는 것으로 강한 상대의 무력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자선단체 봉사자들의 분홍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기금이 모였다고 하는 등, 결국 감정적 변화가 일어 행동을 유발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음이다.

미국의 알렉산더 샤우스 교수는 이러한 분홍색 효과를 비약물성 마취제라 부르기도 하는데, 공격성과 과잉활동 억제부터 불안과 경쟁의 대처 전략에 이르기까지 여러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의 색이라는 것이다.


감성미학발전소 | 김향란 대표

–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 고문
– 중구청, 광진구청, 강릉구청 도시디자인위원
– 컬러리스트 NCS 심의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공인 산업디자이너
– 홍익대학교 미술학박사(색채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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